
국내에는 체인소 맨의 작가로 잘 알려져 있는
후지모토 타츠키의 청춘과 성장을 다룬
단편 만화 룩백을 원작으로 하는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감독은 오시야마 키요타카
'만화'로 이어진 두 소녀의 마음.
영원히 잊지 못할 두 사람만의 소중한 추억
자신의 재능에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는 후지노
그리고 히키코모리인 쿄모토
시골 마을의 두 소녀를
서로에게 이끌어 묶어 준 것은
만화를 향한 한결같은 마음이었다
시간은 흘러도
등 뒤를 든든히 받쳐 준 것은 언제나...
나는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얕고 널찍하게
다수가 좋아하는 것 중
취향에 맞는 것만 찾아 즐기는 편이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는
너무 유명한 지브리 스튜디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정도에
연재작 역시도 대부분이 알고 있는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
주술 회전, 귀멸의 칼날, 하이큐 등
극장판이 개봉하면 포함하여 보는 편이다
하지만 룩 백
원작 도서가 있지만
애니메이션 개봉을 먼저 접했다
무슨 영화일까 정도
큰 흥미는 없어 작은 정보만 살펴보니
체인소 맨 작가의 작품이었다
체인소 맨은
개인적으로 재밌게 본 기억이 있었으나
시청한 지는 시간이 좀 지나서 인지
떠오르는 임팩트는
머리에 톱, 컹? 콩? 손가락 모션
그리고 오프닝과 엔딩 OST 정도였지만
당시 재밌게 봤다는 건
머리에 남아있는 상태였기 때문일까
작가를 알게 된 순간 바로 예매 후
관람하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내용을 알고 가면
재미가 반감되는 타입이라
시놉시스나 예고는
억지로 찾아서 보지는 않았다
스포일러 주의
감상평은 스크롤 제일 아래로
자신에게 취해있는 소녀
소녀의 이름은 후지노
4학년 초등학생

자신이 아주 자랑스러운 후지노
매주 발행하는 학년 신문에 4컷 만화를 담당
"후지노는 만화도 잘 그리고 운동도 잘하니까
나중에 운동선수 해도 되겠다"
"으흠 이 정도 5분도 안 걸린 건데~"
4학년에 이 정도 업적이면 취하기에 충분하고
으스대는 모습 참 귀엽게 표현되지만
아이디어는 번뜩이나
작화는 아직 어린이답게? 조금 부족하다
만화도 잘 그리지만 운동도 잘하는 소녀라는 걸
친구들의 말로 알 수 있다
선생님의 교무실 호출
" 후지노, 신문 한쪽 틀을 쿄모토에게 양보해 줄 수 있을까? "
" 상관없어요 "
' 학교도 안 나오는 애가 만화를 그릴 수나 있겠어? '
후지노가 본 적 없는 히키코모리 쿄모토를 무시하고
순순히 한쪽 틀을 내어주는 모습은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조금은 건방져 보일지만
그 나이대에서 볼 수 있는 귀여움이 묻어 나온다
쿄모토의 연재를 자신만만하게 수락 후
처음 받게 되는 신문
"쿄모토 그림이랑 비교하니 후지노 그림은 평범하네"
후지노 한순간에 재능핑에서 평범핑으로..
" 하늘은 왜 후지노를 낳고 쿄모토를 또 낳았는가 "
' 4학년 중에 나보다 잘 그리는 놈이 있네?
이건 절대 용서 못해 '
뭘 용서 못 하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용서 못 한다
본인 실력을 용서 못한 후지노
서점에 들러 해부학/데생 서적을 구입
1년을 그림에만 몰두하는데
안색도 많이 안 좋아지고
친구들도 곧 6학년이고 중학교 가서도 이러면
오타쿠라고 이상하게 볼 거라고 얘기한다
언니도 언제까지 그럴 거냐
엄마마저 성적 꼬라박는데
방구석에 처박혀서 그림만 그릴 거냐
펜과 종이 빼고 세상이 다 적이다
모르겠다 그림이나 그리자
그리고 받아본 6학년 학교신문
쿄모토의 그림과 나란히 실려있는 자신의 만화
그렇게 노력했는데 실력은 벌어져만 간다
" 그만둘래 "
갑자기 그만둔다
하지만
이때부터의 후지노는 표정과 안색이 살아나게 된다
내려놓음으로 얻은 건 해방감이었을까
이 장면에서는 사실
초등학교 4학년이 이 정도로 노력하는 모습에
넌 재능이 없어 라기 보단
후반부에는 얘가 뭔가 해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었다
물론 포기 선언을 했지만
어떤 계기로 다시 펜을 잡고 성공하게 될까?
기대감을 심어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그걸 왜 제가..."
네가 그나마 4컷 만화 같이 올리는 동료였으니까
졸업장을 쿄모토에게 전해줘라
마지막 부탁이야
-담임-
후지노 선생님의 부탁으로 졸업장 가지고
쿄모토 집으로 향하는데
히키코모리답게 불러도 나오지 않는다
현관문이 열려있어 놓고 가려했으나
갑자기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리
호기심을 참지 못한 후지노
소리의 원인을 찾아 들어가다
문 앞에 쌓여있는 수많은 연습장을 마주한다
쿄모토는 미친 듯
그림을 그려나 가고 있었던 것이다
수많은 연습장 그곳에 놓인 4컷 만화 틀을 보게 된다
뭔가에 홀린 듯 4컷 만화를 그리는 후지노
손이 미끄러져 흘리게 되는데
쿄모토 있을 것 같은 문틈으로
누가 잡아당긴 것처럼 쏙 하고 들어간다
놀란 후지노 그대로 뛰어나간다
갑자기 방으로 들어온 4컷 만화를 보게 된 쿄모토
보자마자 누가 온 건지 직감했을까
몸이 반응하는 대로 집밖으로 쫓아간다

" 후지노 센세 팬입니다 "
쿄모토는 후지노의 팬이었다.
" 당신은 천재예요 "
그런데 왜 만화 그리기를 그만두셨어요?
" 어... 음... 공모전 준비하느라.... "
" 그럼 나중에 꼭 보여주세요 "
입고 있던 가운에 사인도 받는 쿄모토
이때부터 다수의 관객이 더 빠져들지 않았을까

후지노는 기쁘다
헤어지기 전까진 아무 내색 안 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발걸음은 날아가듯 가볍다
기쁨이 요동치고 뿜어져 나온다
순수하게 치솟는 소녀의 환희의 발걸음은
보는 관객까지 설레게 만든다
그냥 흘려들을 수 있는 한마디에
다시 열정을 되찾게 되는 모습
한편으론 부럽기도
둘은 함께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역시 좋은 파트너가 되고
최고의 파트너로 변해가며
어린 나이에 많은 업적들을 이뤄내
좋은 성적을 거둔 공모전에서 받은 상금으로
가끔은 밖에 나와 놀기도 하며
승승장구할수록
둘에서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상금으로 노는 장면에서는
후지노와 쿄모토가 전후로 서서
손을 잡고 뛰는 모습이 연출되는데
후지노의 등
그리고 마주 잡은 손
그 뒤로 쿄모토의 얼굴
뛰는 내내 손을 놓칠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괜한 불안감이었을까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후지노 쿄라는 필명으로 함께 활동하며
다양한 단편 만화를 연재하는 무렵
함께 들린 서점
쿄모토는 배경 미술에 관한 서적을 보게 되고
빠져들기 시작한다
하나였던 둘의 끝나가는 시간이
가까워졌음을 암시라도 하듯
" 나는 미대를 진학할래..
그림을 더 잘 그리고 싶어 "

쿄모토의 얘기를 들은 후지노
함께 해온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날카롭고 뾰족한 독언으로 실언한다
어린 나이에도 많은 업적을 이루었지만
아직은 미숙한 고등학생
후지노의 말은 서슬처럼 시리다
하지만 왜 그런지 알 수 있다
현실적인 장면
영원한 건 없다
애니메이션 속의 두 인물에게조차
결국 함께 뛰던 손은 풀려버리며
만화가 아닌 배경 미술로 진로를 정해
꿈을 키워 가게 된다
초반에 학년 신문 4컷 만화에
후지노는 인물과 서사를
쿄모토는 배경만이 그려져 있었고
손을 잡고 뛰는 모습이 아슬하게 느껴졌던 건
이유가 있었고 복선이었던 것 같다
후지노는 만화작가로
쿄모토는 미대로
함께 걷던 길은 결국 갈림길에 도착했고
각자가 선택한 방향으로
둘에서 하나가 됐었지만
하나였던 소녀들은 갈라져 둘의 성인이 된다
이후 후지노는
샤크킥이란 만화를 연재하게 되는데
필명은 후지노가 아닌
그 시절 함께 쌓아왔던
후지노 쿄 필명 그대로
모진 말들을 쏘아붙인 후지노였지만
필명을 바꾸지 않았다는 건
쿄모토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아직도 마음에는 자리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흐르는 시간 속에 연재작 샤크킥을 작업 중이던 후지노
옆에서 방영되는 긴급 뉴스 속보
" 야마가타현 야마가타시의 미대 교내에서
정체불명의 남성이 도끼로 학생들을
내려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

후지노도 그 순간 관객과 같은 생각이었을까
설마 학교만 같은 거겠지? 아니겠지?
불안한 마음에 떨어진 이 후 한 번도 연락해보지 않았던
쿄모토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받질 않는다
그리고
울리는 전화벨
떨어지는 전화기
아.. 피해자가 쿄모토이구나 예상되는 시점
이때부터 가슴이 많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영화를 보기 전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보기 시작해서 그런 걸까
영화를 보면서 제일 안타까운 순간이다
후지노의 샤크 킥은 연재가 중단된다
쿄모토의 장례식에 참석한 후지노
그리고
졸업장을 주었던 그때 그 집으로
문 앞에는 쿄모토의 연습장들은 마치 그날처럼 쌓여있고
자신이 졸업장을 전해줄 때
충동적으로 그렸던 4컷 만화를 발견한다
" 나와라, 나와라 "

' 쿄모토를 방에서 내보내지 않았더라면
죽을 일도 없었을 텐데
쿄모토가 죽은 건 나 때문이야 '

그건 네 잘못이 아니잖아라고
관객의 입장에서 마음속으로 얘기해 보지만
당연하게도 닿을 수는 없다
찰나 후지노에게 세상의 모든 고통이 스며든다
자신의 혐오에 휩싸여 네 컷 만화를 갈기 찢는다
후지노가 찢고 싶었던 건 단순히 만화가 아닌
쿄모토를 세상밖으로 불러낸 과거의 자기 자신 아니었을까
그중 한 조각이 문틈 사이로 들어가게 되고
그걸 발견한 건
초등학교 6학년 시절의
또 다른 쿄모토
" 나오면 안 돼 "
찢어져 방으로 들어간
"나오면 안 돼" 부분을 본 어린 시절의 쿄모토
그렇게 밖에서 소리가 났음에도
찢어진 만화의 대사처럼
쿄모토는 방에서 나오지 않고
두 사람은 연결되지 않은 채 성인이 된다
쿄모토는 운명처럼 그때와 같이 미대에 진학을 했다
작업 중 잠깐 쉬려고 나온 쿄모토
그르륵 캉, 그르륵 캉
어디선가 섬뜩한 쇠 긁는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를 찾아 고개를 돌리자
도끼곡괭이를 질질 끌며 등장하는 한 남성
이전 세계관에서 쿄모토를 죽인 사람이구나
흉기를 높이 치켜세우고 내려치지만 빗나가고
한 번 더 들어 올려 내려치려던 위험천만한 순간
날아 차기로 괴한을 날려버리는 의문의 여자

운동복 차림의 여자
쿄모토를 구해주었으나
너무 급하게 뛰어올랐던 까닭일까
다리가 부러져 버렸다
구급차에 실려가기 전
쿄모토는 감사 인사를 하며
연락처를 알 수 있냐고 물어보고
의문의 여성은 알려줘도 괜찮다며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전화번호를 보고 후지노인걸 알아차리는 쿄모토
" 초등학교 때 학년 신문에서
4컷 만화를 그리지 않았나요? "
긍정을 표하는 후지노
쿄모토는 어릴 때 후지노센세를 불렀을 때처럼
당신의 4컷 만화의 팬이었다고 다시 한번 고백한다
구급차가 출발직전
"왜 만화 그리는 걸 그만뒀나요?"
" 최근에 다시 그리기 시작했어
연재하게 되면 내 어시스턴트를 맡아줘 "
얘기를 들은 쿄모토는 기쁜 표정 지으며
떠나는 구급차를 바라본다
만화를 그만둔 후지노는
옆동네에서 가라데 도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고
마침 러닝 중 괴한이 학교로 침입하는 걸 보고
쫓아와 구해준 사람이
운명처럼 쿄모토였다
다른 세계선에서는
그림을 그리는 쿄모토와 운동을 하는 후지노로
서로의 연이 연결되는 순간이다
그 후 집으로 돌아온 쿄모토는
초등학생시절
후지노의 4컷 만화를 모아놓은 공책을 펼쳐 읽어보다
사이에 끼워져 있던 4컷 만화 용지를 발견하고
그림을 그린다
순간
강풍이 창밖에서 들이닥치고
쿄모토가 그린 4컷 만화가 바람에 날아가
그때의 후지노의 4컷 만화처럼
문틈 사이를 통과 후
방밖으로 넘어가게 되고
넘어간 만화는
문밖에서 절망하고 있는
원래 세계의 후지노 앞으로
후지노는 문틈사이로 넘어온 만화를 집어든다

갑자기 눈이 커진 후지노
홀린 듯 문을 열고 쿄모토의 방으로 들어가 보지만
역시 아무도 없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는 후지노
쿄모토의 방 책장에는
후지노가 연재 중인 샤크킥의 단행본이
창문에는 4컷 만화들이 붙어 있었으며
문 안쪽에는 쿄모토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의 등에 사인해 줬던 가운이 걸려있었다

방에 한켠에 앉아
자신의 샤크 킥 마지막 페이지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계속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다
일어나 방을 나서고
자신의 작업실로 돌아와
쿄모토 방문틈에서 나온
4컷 만화틀을 작업실 창가에 붙인 후
다시 샤크 킥을 그려나가며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간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밝게 빛나던 해는 점점 저물어가고
완연한 밤이 되어서야
긴 시간 동안 단 한차례의
다른 움직임 없이 작업만 하던 후지노는
완연한 밤이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끄고 작업실을 나온다
불 꺼진 작업실을 뒤로한 채
영화는 완전히 끝이 난다
마지막에 후지노가
작업실 창에 붙인 4컷 만화틀은
비어있는 것으로 봐선
쿄모토를 구해준 세계는 허구임을
말해주는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감상을 마쳤다
감상 후기
영화의 상영 시간은 58분으로 굉장히 짧지만
모든 게 잘 함축되어 티켓값이
아깝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감성적인 이에게는 더욱 풍부한 감성을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는
감성의 문을 노크해 줄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중반부터는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첨가되어
감상을 했다
모든 게 자기 때문이라는 잘못된 질책으로
무너져가는 마음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에 보고 있는 마음도 함께 힘들었다
원작을 보지 못해 원작 만화를
구매 후 책으로도 읽어보았다
원작을 읽고 확신한건
종이에 나눠진 컷 만화에
생동감과 생기와 생명을 불어넣은
애니메이션이라 생각하게 된다
총평
뒤를 맡기고 함께 전진할 수 있는
어린 시절의 반려자
만남으로 인해 즐거웠고
헤어짐으로 인해 소중함을 알게 해 주었으며
네가 있었고 네가 존재했음은 행운이었다
그렇기에
다시 한번 힘을 낼 수 있다
★★★★